이상하게 새만 보면 담고 싶었다.
그러나 치과 직업병인 허리와 목의 디스크로 인해 일상 진료가 힘든 적도 있어서 고개 들어 새를 촬영하는 것은 언감생심 불가능 했었다. 어느 순간 몸펴기 운동을 하면서 조금씩 몸이 회복되었고, 위로 15도 밖에 고개를 못 들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고개를 완전히 젖힐 수가 있게 되었다. 나무 꼭대기 쪽의 마른 가지, 매화, 벚꽃을 촬영하던 중 새들이 함께 보였다. 그들을 담다 보니 내 마음과 몸도 회복되었다.
작은 새 한 마리가 계속 지붕 위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었다. 계속 렌즈 속으로 따라다니다 보니 부리에 먹이를 문 채 이리저리 날아 다니며 내 눈치를 보고 있다.
‘아, 새끼들이 있는 둥지를 들키지 않으려고 저렇게 돌고 있구나!’ 나는 더 이상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았다.
화창한 봄날에 활짝 핀 벚꽃을 찍던 중 렌즈 속에 들어온 직박구리. 나뭇가지 앞에서 날갯짓을 하던 새는 벚꽃을 향해 슬금슬금 기어간다. 그리고는 얼굴이 꽃송이 속에 푹 파묻히고, 마약에 취한 듯 황홀경에 빠진다. 황홀경에서 깨어난 그는 애호가로 변신 하여 꽃 송이들 위에 앉아서 세상을 관조한다.
하루 종일 작업 후 귀가하던 중 촬영지 입구 바위 위에서 이름 모를 새 한 마리가 인사하며 배웅하였고, 초 봄 이른 아침 아직 물이 덜 찬 가지 위 새로부터 기다림의 미학을 배웠다.
활짝 피기 직전의 물 찬 목련 꽃 봉오리들과 작게 멈춰있는 봉오리들을 조화롭게 배치하거나, 열매가 떨어진 후 말라 비틀어진 감 꼭지와 새싹을 대조적으로 보이게 함으로써 초월적인 이미지를 생산하였다.
꽃의 모습들을 담다 보니, 메타포적인 초상 표현을 하고 싶었다. 싱그럽고 풋풋한 자태, 청순한 자태, 우아하고 신비로운 자태, 인생의 정점을 막 지난 후 농염/성숙한 자태,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고상한 여인의 자태(feminity)를 표현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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